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001 시작 전) 인하우스와 에이전시의 차이가 뭐예요?
    IT 파운데이션/[수강노트] PM을 위한 SI 프로젝트 전 과정 알아가기 2026. 2. 26. 20:00

    * 이 시리즈는 불꽃남자25님의 강의『PM을 위한 IT SI프로젝트 전 과정 알아가기』커리큘럼에 기반한 수강노트입니다.
    * 수강노트에 예시로 삽입된 에피소드는 실화를 일부 각색한 것입니다.

     

    저번 편 마지막에, 제가 원래 대학원에 갈 생각이었다는 말 기억나시나요? 네, 사실 전 회사나 기업이라는 개념 자체가 어색했던 사람입니다. 제가 평생 직업이라는 걸 가질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 않았죠. "얘가 대체 뭘 해서 벌어먹고 사나?"는 아주 오랜 시간 저희 가족을 괴롭힌 질문이었습니다. 중간에 공무원 준비를 한 적도 있었는데... 대학교 직업적성검사에서 공무원만큼은 절대 하지 말라고 말리더군요? 그나마 기획 업무를 가장 추천한대서, 그냥 기획자 TO를 찾아다니다 운 좋게 취업을 했습니다.

     

    내가 왜 여기 있지

     

    정말로 저는 이렇게 얼렁뚱땅 서비스 기획자가 되었답니다. 전공 연관성은 커녕, 취직하기 전까지 이런 게 있다는 것도 몰랐던 직업을 갖게 되었죠. 서비스 기획자가 뭔지도 몰라, IA, 스토리보드, WBS 같은 용어는 별세계 이야기고, figma, Jira, Confluence는 말 그대로 필요할 때마다 인터넷에 검색해서 익혔습니다. 그렇게 저는 모든 맨땅에 헤딩을 하며 한 사람의 회사원으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제게 인하우스라는 용어를 처음 알려주신 분은 제 첫 직장 마케팅팀 팀장님이십니다. 그러니까 저는 인하우스에 입사하면서, 이 세상에 인하우스라는 게 있다는 걸 알게 된 셈입니다! 정말 재밌죠. 있는지도 몰랐던 직장에 있는지도 몰랐던 직군으로 입사를 하다니.

     

    우리 각각의 아이큐 100, 도합 아이큐 800의 힘으로 이 프로젝트를 성공시켜야 한다.

     

    인하우스(In-house)라는 말은 사전 상 "조직 내에서 이뤄지거나 존재하는 것(done or existing within an organization.)", 또는 "조직 외부에서 도움을 받지 않은; 내부적인(without assistance from outside an organization; internally.)" 이라는 뜻입니다.

     

    비단 IT업계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회사에서는 프로젝트라는 일의 단위가 굴러가고 있습니다. 심지어 제 공무원 친구도 프로젝트에 투입되거나, 직접 아이디어를 내서 예산을 짜고 프로젝트를 운영하는 업무를 하더라고요? 이 때 프리랜서 등 외부 인력의 도움 없이, 회사에 소속된 인원만으로 프로젝트를 운영하는 방식을 인하우스라고 합니다. 그리고 이처럼 내부 인력을 주축으로 하여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회사도 인하우스라고 하며, 회사에 소속된 인원들에게도 인하우스 직원이라는 이름이 붙습니다. 예를 들어 인하우스 기획자, 인하우스 디자이너, 인하우스 개발자 같은 식으로요.

     

    즉, 인하우스는 현장에서 다음과 같은 의미로 사용되고 있는 듯 합니다.

    1. 조직에 소속된 인원만으로 진행되는 프로젝트 

    2. 독자적인 IP나 사업 모델을 가지고 있어, 소속한 인원을 주축으로 하는 프로젝트를 주로 운영하는 기업

    3. 기업에 상시 고용되어 있는 소속 인력, 또는 그러한 소속을 이르는 말

     

    마케팅 팀장님이 알려주신 인하우스의 용례는 이 중 2번이었습니다. 회사에서 프로젝트를 운영할 때 회사 소속 인력이 주축이 되며, 회사 내부에 직군과 파트가 세분화·조직화 되어 있다는 뜻입니다. 프로젝트 인력이 바로 옆 자리 동료이기 때문에 직접 소통이 가능하며, 그를 바탕으로 빠른 대응을 할 수 있어 서비스 고도화와 운영·보수에 유리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 이론상 그렇다고 합니다. 확실히 소통 경로가 더 다양하다는 느낌은 있어요. 같은 회사 사람이니 심리적 거리도 훨씬 가까웠고요.

    계획대로 되지 않기 때문에 프로젝트인 것입니다

     

    하지만 인하우스 기업이어도 실제 프로젝트는 완전한 인하우스로 진행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프로젝트는 시작하기 전에 그 규모를 쉽게 예측하기 어렵고, 기업은 그 인원을 상시 고용 상태로 두는 것을 부담스러워하기 때문입니다. 제가 다닌 곳은 100인 미만 스타트업이었는데, 동시 진행해야하는 큰 프로젝트가 두세 개는 되었기 때문에 그 중 한 프로젝트는 거의 완전히 프리랜서의 힘을 이용했죠. 이처럼 인하우스 기업은 사실상 프로젝트의 성격보다는 직접적인 사업 모델의 소속,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프로젝트를 시작하는 아이디어를 가진 쪽"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이 때 등장하는 개념이 바로 SI(System Integration)입니다. 세상에, 시스템이라는 말도 정확히 설명하지 못하겠는데 통합(Integration)이요? 다행히 제 사수는 좀 더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단어를 사용하셨습니다. 구축이라고요.

     

    구축은 사전적으로 "체제, 체계 따위의 기초를 닦아 세움."이라는 뜻입니다. 그러니 IT업계에서 구축을 한다고 하면, 당연히 IT서비스의 체계를 세우는 프로젝트를 말합니다.

     

    은행은 하나인데 어플은 서너 개

     

    은행의 어플을 구축하는 프로젝트가 가장 이해하기 쉬운 예시가 되겠어요. 사실 IT회사에 입사하기 전까지, 저는 하나의 은행에 왜 이렇게 많은 어플이 필요한지 몰랐습니다. 서비스에 따라 이 어플 켰다 저 어플 켰다 하기 귀찮은데. 그냥 한 어플에 때려 넣고 돌리면 안되는 건가? 어차피 뭐 기능이 그렇게 많은 것 같지도 않고, 어플끼리 크게 다른 기능을 가지고 있는 것 같지도 않은데.

     

    쓰루님의 요구사항 정의서 샘플. 제가 참여했던 한프로젝트의 요구사항은 다섯 자리를 넘었습니다.

     

    ... 그 땐 몰랐습니다. 은행 어플에 그렇게 많은 화면과 기능과 고민이 들어가있는 줄. 지배 구조 문제든 앱의 용량 문제든 운영 주체의 문제든, 은행 어플이 여러 개인데는 다 이유가 있다는 것도요. 물론 통합 어플리케이션 구축 시도도 계속 있긴 하지만, 어쨌든 일을 하는 입장에서 은행들이 계속 어플을 만들고 리뉴얼하고 없애고 새로 만드는 건 반길 만한 일입니다. 투입될 프로젝트가 계속 생겨난다는 뜻이니까요.

     

    어쨌든, SI(구축) 프로젝트는 한 서비스, 또는 어플리케이션을 론칭하는 프로젝트를 의미합니다. 말 그대로 어플리케이션 같은 새로운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죠. 그리고 은행, 전자 등 대기업(클라이언트)으로부터 요구사항을 받아 구축 프로젝트를 시행하는 업체를 SI업체라고 합니다.

     

    이게 개인정본지 공공정본지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생깁니다. 시스템을 새로 구축하는 일은 기업 입장에서 굉장히 민감한 프로젝트에 속하거든요. 2025년부터 지금까지 IT업계를 뒤집어놓고 있는 정보 보안이 특히 문제죠. 개인정보를 전산화하고 사업에 이용하는 순간, 유출 가능성은 반드시 생겨나는 것이거든요. 시스템을 구축할 때는 기업이 가지고 있는 사업 노하우나 지적 재산이 반드시 사용되기도 하고요. 내부 직원도 믿기 어려운데, 이런 중요한 정보를 외부 인력에 맡기는 건 정말 큰 위험을 감수하는 일입니다. 그러나 이런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이 SI업체를 필요로 하는 이유는, 그들이 요구하는 디지털 전환의 폭이 워낙 넓고 방대하기 때문입니다. 

     

     

    2024년 기준 SI업체 사업장 가입자 수. 상위 4개 회사를 4대 SI라고 합니다.

     

    삼성전자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혹시 지금 삼성전자에서 팔고 있는 전자제품의 종류가 몇 개인지 아시는 분 계신가요? 개인적으로 이걸 알고 있는 사람이 삼성전자 내부에조차 있을지 의문입니다. 기사에 따르면 지난 2015년부터 2024년까지 삼성전자가 새로 론칭한 가전제품만 무려 753개에 달한다고 하는데요. 그 전에는 몇 개의 제품이 팔렸으며, 단종된 제품은 몇 개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혹시 아시는 분이 있다면 댓글로 슬쩍 알려주세요.)

     

    여튼, 딱 봐도 천 개는 훌쩍 넘을 제품을 판매하는 플랫폼을 구축한다고 합시다. 이 방대한 정보를 가진 사이트를 어떻게 만들어내야 하죠? 얼마만큼의 트래픽을 견딜 수 있는 서버가 필요할까요? 사용자가 보는 화면은 얼마나 될까요? 또 운영은 어떻게 하죠? 어떤 솔루션을 이용하고, 어떤 규칙을 이용해 히스토리를 관리해야 할까요?

     

    이처럼 말도 안되게 복잡하고 거대한 시스템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대기업들은 전문가를 필요로 합니다. 이런 대형 프로젝트를 여러 번 해봤기 때문에 경험이 누적되어 있는 전문가 기업, SI업체는 바로 그러한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삼성SDS, LG CNS, SK C&C, 현대오토에버 등 4대 SI를 비롯해서 대형 SI업체가 거의 대부분 대기업을 모기업으로 두고 있는 이유도 그 때문이에요. 대형 SI 프로젝트는 대기업으로부터 나오거든요.

     

    PM 박수미님의 블로그에서 발췌. 여기서 을에 해당하는 대기업 IT 자회사가 대형 SI업체입니다. 그렇다면 병~기는?


    하지만 SI프로젝트에 대형 SI업체만 투입되느냐? 그렇지 않습니다. 위에서 "기업은 많은 인원을 상시 고용 상태로 두는 것을 부담스러워한다."고 했었죠. 그건 SI업체도 마찬가지입니다. 모든 SI 프로젝트는 규모가 상이하고, 제대로 된 계획이 나오기 전까지는 그 정확한 규모를 가늠하기 쉽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제가 잠깐 들어갔었던 은행 어플리케이션 구축 프로젝트는 총 인원이 1,000명 이상에 달하는 초대형 프로젝트였습니다. 언제 다시 생길지 예측할 수 없는 초대형 프로젝트에 대비하기 위해, 모든 SI업체가 항상 1,000명 이상의 대기 인원을 고용해둘 수 있을까요? 물론 그렇게 된다면야 취업난도 해결되고 이직처도 늘기 때문에 노동자인 입장에선 참 좋겠습니다만...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죠.

     

    여기서 바로 에이전시가 등장합니다. 여기까지 오시느라 수고하셨어요. 하지만 저는 물리적으로 인하우스에서 에이전시까지 도달하는데 1년이 넘게 걸렸으니까, 이 정도 돌아가기는 애교로 봐주세요.

     

    후에 강의노트를 쓰며 자세히 다루겠지만, IT 프로젝트에는 여러 직무의 사람들이 관여합니다. 일단 PM과 기획자가 있고, UX/UI 디자이너와 앱 디자이너가 있어요. 프론트엔드와 백엔드 개발자, QA까지는 필수로 참여해야 합니다. 웹 페이지라면 퍼블리셔가 포함될 수도 있고, 본격적인 구축이 시작되기 전에 클라이언트사가 컨설턴트를 고용하여 요구사항을 정리할 수도 있죠. 이후 운영까지 하려면 광고기획자, 광고 디자이너 등이 필요하죠.

     

    에이전시는 이런 직군의 사람들을 모아 놓은 회사입니다. 어떤 분은 "말이 에이전시이지 사실상 인력사무소"라고 에이전시를 비꼬기도 했는데... 저는 개인적으로 그 말을 부정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불법을 저지르는 것도 아니고 노예사업을 하는 것도 아닌데 인력파견업을 하는 게 무슨 문제인가요? 전문성이 없는 게 아니고 사회적으로 더 낮은 계급인 것도 아닌데 파견 인력인 게 뭐 어떻습니까? 전 직업인의 능력을 증명하는게 소속이 아니라 프로젝트 경력 및 실제 결과물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당연히 에이전시에서 수수료를 떼어가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월급을 많이 주지 않는 게 좀 서운하긴 한데, 약간의 몸값을 프리랜서의 고용불안정성과 맞바꿨다고 생각하죠, 뭐.

     

    대표님 좋은 프로젝트 많이 많이 따와주세용

     

    여튼, 에이전시는 SI업체들이 검증된 인력을 필요로 할 때 찾는 곳입니다. IT 에이전시에는 기획자, 디자이너, 퍼블리셔, 개발자, QA, 마케터, 컨설턴트 등 다양한 직군의 사람들이 소속되어 있습니다. 또는 특정 직군의 사람들만을 모아 놓은 에이전시도 있고요. 범위를 IT로 한정하지 않는다면, 특히 디자인 에이전시와 광고 에이전시가 많은 편이라고 알고 있어요. 그 이유는 아직 잘 모르겠네요. 트렌드에 더 민감한 직무일수록 전문가들을 외부에 모아두는 것이 더 낫기 때문일까요?

     

    vs놀이는 정말 언제쯤 질릴까요?

     

    이렇게 인하우스, 에이전시, 중간에 SI업체까지 잠깐 알아봤습니다. 이쯤되면 꼭 따라오는 질문이 하나 있죠. 그래서 인하우스에 입사하는게 좋냐, 아니면 에이전시로 가는 것이 좋냐? 그리고 이 질문의 답은 둘 중 하나로 정해져 있습니다. 케이스 바이 케이스다, 혹은 돈 많이 주고 널 뽑아주는 곳으로 가라. 솔직히 후자는 맞는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같은 취업 시장이라면 그냥 뽑아 주는 곳에 감사합니다 하고 가는 게 가장 현명하죠.

     

    하지만 케이스 바이 케이스는 지나치게 포괄적인 답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인하우스가 더 잘 맞는 사람이 있고, 에이전시가 더 잘 맞는 사람도 따로 있는 것 같아요. 상품의 전생애를 지켜보며 관여하고 싶거나, 소규모 소통을 지향하는 사람이라면 아무래도 인하우스에 있을 때 더 편하겠죠. 반대로 한 가지 도메인만 다루는 것이 식상하다고 느끼거나, 새로운 사람과도 쉽게 말을 틀 수 있는 사람이라면 에이전시에서 더 잘 적응할 거고요.

     

    그렇지만 저는 연차와 직군에 따라 더 성장하기 유리한 환경은 분명 있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전공자 출신의 저연차 사원일 경우는 SI업체나 에이전시가 더 나은 부분이 분명 있다고 봐요. 다양한 도메인을 접하고, 빠른 프로젝트의 속도에 적응하면서 경쟁력을 키울 수 있거든요.

     

    그러나 비전공자 출신이라면, 초반 1~3년 동안만이라도 사수가 있는 인하우스에서 보호를 받으며 성장하는게 모두를 위해 좋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규모가 있고 사람이 좋은 곳이면 어디서든 성장할 수 있죠. 제가 지금의 회사를 계속 다니고 있는 이유도 그 때문이고요. 하지만 비전공자는 이 산업 자체에 적응할 시간도 필요하고, 특히 기획자는 전체적인 그림을 봐야하는 직무이기 때문에, 상품이나 프로젝트를 조망하는 시각을 기르려면 인하우스를 한 번 쯤은 경험해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인하우스에 있었기 때문에 상품기획, 론칭, 구축, 운영 같이 폭 넓은 과정을 좀 더 빠르게 볼 수 있었거든요. 프론트와 백오피스를 모두 기획해보기도 했고요.

     

    사실 어디에 가느냐는 본인 선택이죠. 개인에게는 회사 특성보다 업체의 규모나 워라밸 여부가 더 중요할 수도 있고요. 하지만 적어도 자신이 있는 환경의 특성을 알면, 그것을 이용하여 더 성장할 수 있지 않을까요? 포켓몬도 자신의 속성에 더 유리한 환경일 때 진가를 발휘하는 것처럼요. 저처럼 무식하게 몸통 박치기 하며 성장하는 것도 나쁘지 않지만,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은 좀 더 효율적인 회사 생활을 누리시길 바랍니다.

     

    진짜 고라파덕은 몸통 박치기 안한다고요? 그러니까요...

Designed by Tistory.